사진으로 보는 5박 6일, 캐나다 사스카츄완 여행 스케치

길고도 짧은 9박 11일의 캐나다 여행에서 돌아왔다. (내겐 짧은, 남편에게는 긴?!) 

이번 여행은 초원과 푸른 하늘, 그리고 고독을 즐기는 '엄마 휴가'를 컨셉으로 홀로 떠났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만난 엄청난 음식의 향연에 그만, '먹부림' 여행이 되어버렸다. 물론, 선주민 유적지와 서부 개척 시대의 풍경을 담은 박물관, 그리고 이민의 역사를 증명하는 곳곳을 방문하며 캐네디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실 나는 토론토에서 1년 정도 살아본 적이 있다. 토론토를 비롯해 가까운 미국 등 주변 지역을 여행해 보기도 했고, 오타와, 몬트리올, 퀘벡, 밴쿠버, 밴프 등 캐나다 이곳저곳을 다녀 본 경험도 있다. 나름 캐나다의 문화나 음식, 풍경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통해 캐나다가 얼마나 넓은 곳인지, 얼마나 다양한 사람이 모여사는 곳인지 새삼 깨달았다. '광활하고 신비로운' 캐나다의 모습을 보며, 대도시에서와는 조금 다른 캐네디언들을 만나며 정말 많이 느끼고 배운 여행이다.


전체 여행 일정은 사스카추완 주에서 5박,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에서 4박, 총 9박 11일이었다. 보통은 여행을 다녀와 맨 처음 포스팅은 전체 일정 스케치로 프롤로그를 꾸미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욕심껏 정리가 안 돼서, 지역 별로 나눠 총 두 편을 포스팅하려고 한다. 


먼저 사스카츄완 주부터, 5박 6일 간의 모든 여행 일정을 낱낱이 공개해 본다.
+ 주요 사진 밑에 해당 장소의 공식 사이트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 캐나다 선주민(인디언) 인형과 함께, 사스카츄완 주로 꼬우~!




[ 사진으로 보는 5박 6일, 캐나다 사스카츄완 여행 스케치 ]


 Day 1  밴쿠버를 지나, 이름도 생소한 '사스카츄완(Saskachewan)'으로
+ 일정: 18:00 인천 출발 - 11:50 밴쿠버 공항 도착(10시간) - 15:30 출발 - 18:26 사스카츄완(2시간) 도착


▲ 언제나 많은 여행자들로 붐비는, 밴쿠버 국제공항


뭐가 그리 바빴을까? 미리 좌석 지정을 해두지 않은 탓에 10시간 남짓 되는 인천에서 밴쿠버까지의 여정을 가운데 자리에 끼어 앉아 갔다. 하지만 불편한 생각도 잠시, 옆자리에 앉은 캐나다 이민자와 함께 아이들 이야기며 이민자의 삶, 아무리 배워도 계속되는 영어에 대한 두려움까지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알고보니 그녀도 블로거였다! 좌충우돌 정착기를 블로그에 쓰고 있다고. (한 번 보고는 너무나 생생한 그녀의 글을 보며 울고 웃고... 팬이 되어버렸다. - 플라잉킴과 꼬꼬닥의 좌충우돌 캐나다 정착기 )


밴쿠버 공항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3년 전, 9개월 된 둘째군의 이유식을 먹이던 벤치도, 남편이 초밥을 사 먹던 푸드코트도 그대로였다. 진아와 팀빗을 사먹었던 팀홀튼에서 혼자 블랙 커피 한 잔을 사들고 행복한 추억에 잠겼다. '사스카츄완에 왜 가는지'에 대해 10분간 끊임없이 질문을 하던 출입국 심사원만 아니었다면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밴쿠버에서 사스카츄완까지는 2시간이 채 안 걸렸다. 관광버스만한 52인승 소형 비행기를 타고 로키산맥을 거쳐 끝없이 펼쳐진 평야로 날아 올랐다. 하늘에서 보는 로키산맥은 다시 봐도 장관이었다. 오랜만의 장시간 비행이라 좀 힘들었지만, 혼자 여행이라는 묘한 긴장과 설렘에 그날 밤은 쉽게 잠이 들 수 없었다. 


▶ 관련 글: Day1. 사스카츄완으로 가는 여정을 담은 짧은 비디오



 Day 2  캐네디언의 뿌리를 찾아서, 사스카툰 (Saskatoon)
+ 일정: 서부 개발 박물관 (붐 타운) - 사스카툰 파머스 마켓 - 와누스케윈 역사 공원 


▲ @델타 베스보로 호텔 (Delta Bessborough)

저녁에 도착해서 잘 몰랐는데, 아침 산책길에 다시 보니 내가 짐을 푼 호텔은 이렇게 멋졌다. 사스카툰 지역의 랜드마크인 델타 베스브로 호텔은 서부 개척시대에 지어진 철도 호텔이라고. 웅장한 규모는 물론, 고풍스러운 외관이 계속 눈길을 끌었다. 


▲ @서부 개발 박물관, 붐 타운 (Saskatoon Western Development Museum - 1910 Boomtown)


사스카츄완의 서부 개척시대 모습을 재현해 놓은 1910 붐 타운에서는 중국, 일본, 미국, 우크라이나, 캐나다 다른 주 등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구멍가게에 진열된 사탕부터 말이 끄는 소방차까지, 빈티지하고 신기한 물건이 많아 하나하나 살펴보느라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박물관 한켠에는 이민자 2세, 3세 예술가들의 '이민'을 주제로 한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었는데,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갈등, 적응 과정 하나하나가 피부로 느껴져 무척 인상깊게 봤다.


▲ @사스카툰 파머스 마켓 (Saskatoon Farmer’s Market)


사스카츄완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와 곡물 뿐 아니라, 오카나간 등 과일로 유명한 BC주의 농산물을 구경하고, 직접 사먹어 봤던 사스카툰 파머스 마켓. 오픈에어 마켓인줄 알았는데 따로 사스카툰 파머스 마켓이란 이름을 건 건물까지 있어 꽤 규모가 컸다. 농수산물 뿐 아니라 홈메이드 잼, 소스, 꿀, 모카신, 술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즉석 식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했다.    


▲ @사우스 사스카츄완 리버 (South Saskatchewan River)


파머스 마켓이 옆으로는 사우스 사스카츄완 리버가 흐르는 평화로운 공원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강은 알버타 주에서 사스카츄완 주까지 걸쳐 흐르는 캐나다의 주요 강 중 하나로 캐네디언 로키에 있는 보우강의 원천이라고.


▲ @와누스케윈(Wanuskewin Heritage Park)


이번 여행은 일정 모두가 무척 만족스러웠고 좋았지만, 그래도 사스카츄완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와누스케윈'이 아닐까 싶다. 영적이고 정신적(Spiritual)인 뭔가가 느껴졌다고 할까? 그냥 보면 황무지일 뿐이지만, 이곳에 터전을 잡고 생활했던 선주민, 인디언들의 삶, 버팔로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으니 풀 하나, 바람 한점마저 다르게 느껴졌다.  


 관련 글: Day2. 캐네디언의 뿌리를 찾아서, 사스카툰(Saskatoon)




 Day 3  캐나다의 사해, 매니토우 호수로 (Manitou)
+ 일정: 사스카툰 출발, 매니토우로 - 댄스랜드 - 매니토우 스프링스 호텔에서 마사지 - 리틀 매니토우 레이크에서 수영

▲ 니토우로 가는 길에 만난 환상적인 유채 꽃밭

▲ 광활한 풀밭 위의 건초더미와 멈춰버린 캐나다 철도가 만들어내는 목가적인 풍경

▲ @ 매니토우 스프링스 리조트 앞에 있던 리틀 매니토우 호수 (Manitou Springs Resort and Hotel in Manitou Beach)

여행 사흘 째, 캐나다의 사해라 불리는 매니토우로 이동했다. 매니토우에서는 그야말로 '휴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를 받고 미네랄이 듬뿍 든 소금호수에서 수영을 하며 진정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단. 

▲ @댄스랜드 (Danceland)


차를 타고 5분 남짓 달려 도착한 '댄스랜드'라는 곳은 지어진 지 무려 100년이 다 되어가는 댄스홀이다. 말 털로 된 쿠션 위에 단풍나무를 까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어진 이 댄스홀은 춤을 출 때 통통 튀는 느낌이 든다고. 
아직도 이 곳에서는 매주 화요일에 댄스 공연이 열린다. 


벽에 걸려있던 'Dance like no one watching.'이라는 문구와 열정적으로 댄스랜스의 역사와 현재를 설명해 주시던 할머님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댄스랜드는 비단 댄스홀이라기 보다는... 이 지역의 아이콘이자, 누구나의 가슴 속에 있는 추억의 장소인듯. 


▲ @ 해질 무렵의 매니토우 호수

매니토우는 원래 소금호수로 유명하지만, 요즘은 또 다른 이유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의 실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 리틀 매니토우 호수는 지난 몇 달 사이 무려 3m나 수면이 상승했다고 한다. 호수 주변의 벤치, 놀이터가 모두 물에 잠겨버렸다. 현재 약 1m 정도의 둑이 세워져 있지만, 물이 찰랑거려 좀 더 튼튼하고 높은 둑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련 글: Day3. 캐나다의 사해, 매니토우(Manitou)로



 Day 4  매력 넘치는 사스카츄완의 수도, 리자이나 (Regina)
+ 일정: 매니토우 출발, 리자이나 비치로 - 국회의사당 관광 및 와스카나 공원 산책 - 리자이나 주지사 관저 - RCMP 헤리티지 센터

▲ @ 리자이나 비치 (Regina Beach)

꿀같은 매니토우에서의 하루를 보낸 후 사스카츄완의 수도, 리자이나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잠시 리자이나 외곽에 있는 '리자이나 비치'에 들렀다. 사스카츄완에는 바다가 없지만, 바다같은 호수와 강이 있다. 평화로운 오후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잠시 감상에 젖기도.

▲ @리자이나 국회의사당 (Legislative Buildilg)


리자이나는 생각보다 크고 세련된 도시였다. 떠나기 전 사스카츄완을 '시골마을'로 소개하고 기대한 게 무색할 정도로.   
사스카츄완의 주도, 리자이나에서는 먼저 국회의사당에 들러 가이드 투어를 했다. 
2017년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대비해 대대적인 외관 수리에 들어간 리자이나 국회의사당(ㅠㅠ), 그러나 내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예전에 들러봤던 오타와의 국회의사당을 떠올리며 세계 각국에서 공수한 대리석으로 치장된 복도와 회의실, 도서관 등을 둘러봤다. 


▲ @Governer's House, 리자이나 주지사 관저

이동하는 중에 잠시 짬을 내서 들른 리자이나 주지사 관저는 볼 거리가 무척 많았다. 남의 집 염탐(?)하는 재미가~

▲ @RCMP 헤리티지 센터 (RCMP Heritage Centre)

리자이나는 캐나다를 상징하는 왕립 캐나다 기마 경찰대 RCMP(Royal Canadian Mounted Police)의 훈련소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훈련소 겸 역사 박물관인 RCMP 헤리티지 센터에서는 매년 7~8월 중순, 해질 무렵에 국기를 하강하며 특별한 의식을 치른다. 일몰퇴영식 (Sunset-Retreat Ceremony)이라 불리는 이 행사에서는 일반인도 RCMP의 군악대 연주, 훈련 동작 등을 볼 수 있는데, 내가 찾은 날이 마침 올해의 마지막 의식이었다.


▲ @ 호텔 사스카츄완 (Hotel Saskatchewan리자이나에서는 이 공주님 방 같은 곳에서 2박을.

 관련 글: Day4. 황무지 위에 세운 녹색도시, 리자이나로


 Day 5  서부영화의 한 장면, 무스 조 (Moose Jaw)
+ 일정: 리자이나 파머스 마켓 - 무스 조로 이동 - 터널 박물관 - 굴파기 올빼미 센터 - 서부 개발박물관(교통사) - 맥킨지 미술관

▲ @리자이나 파머스 마켓 (Regina Farmer’s Market)

이번 여행에서는 열흘 동안 총 네 개의 파머스 마켓을 구경하는 행운이 있었다.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곳은 단연 리자이나 파머스 마켓~!
총천연색 농산물, 다양한 푸드트럭, 꽃 트럭, 북적이는 사람들, 게다가 마침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한 명이 이 곳을 찾아 시장은 더욱 활기찬 분위기였다.  

▲ @터널 박물관 (Tunnels of Moose Jaw)


이날은 차를 몰고 리자이나 근교의 작은 도시, 무스 조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 알 카포네가 만든 밀주 제조공장과 지하터널을 구경할 수 있었다. '터널 박물관(Tunnels)'은 구경하는 방식이 아주 독특했는데, 두 명의 배우와 함께 실제 지하 터널로 들어가 직접 벽장 속의 문을 열고, 총성이 들리는 공간을 넘나들며 연극을 하는 것이었다. 역사가 꼭 진지할 필요만은 없다. 함께 했던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다. 


▲ @ 사스카츄완 굴파기 올빼미 센터 (Saskatchewan Burrowing Owl Interpretive Centre)

다음 코스는 굴파기 올빼미(Burrowing Owl)를 보러~ 센터 직원이 친절하게 올빼미에 대해 설명을 해줘서 낮에 자지 않는, 나뭇가지가 아닌 땅 속에 굴을 파고 사는 올빼미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빼미중 가장 작은 종이라는데, 가끔씩 360도로 목을 돌리는 듯한 모습에 깜놀~! 


▲ '맥'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무스 상 (Mac the Moose @ Moose Jaw)

무스 조의 상징이자 마스코트인 '맥'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무스 상은 1984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인포메이션 부스 옆에 있어서 잠시 찰칵!


▲ @서부 개발 박물관, 교통사 박물관 (Moose Jaw Western Development Museum - History of Transportation)


맥킨지 미술관에 전시중인 David Thauberger의 작품

이어서 사스카츄완에 있는 4개의 서부 개발 박물관중 하나인 교통사 박물관과 미술관에 들렀다. 자전거를 닮은 할리데이비슨 초기 오토바이에서 경비행기까지, 다양한 탈것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도 재미있었지만, 나는 미술관이, 특히 사스카츄완 주의 로드트립을 주제로 한 David Thauberger의 전시가 무척 인상 깊었다. 사스카툰에서 본 초원 위의 농가 주택과 우유갑을 닮은 곡물 저장소, 매니토우에서 만난 댄스랜드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너무 좋아서 한참을 그 앞에서 서성이며 봤더랬다. 전시실 한켠에는 작가의 로트트립,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엮은 영상도 상영해 재미있게 봤다.   
 
 관련 글: Day 5. 리자이나(Regina)에서의 새로운 계획



 Etc.  사스카츄완의 맥주, 그리고 음식

@레드벨리온 브루어리 (Rebellion brewery, Regina)

▲ 마지막으로 사스카츄완에서 맛본 엄청난 요리의 향연. 정말 맛있었고, 매 끼 너무 많아서 포장하기 바빴다. 


사스카츄완 주는 캐나다의 브래드 바스켓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거대한 곡창지대다. 뿐만 아니라 드넓은 평원에서 채소를 기르거나 소를 먹이는 것이 흔하다. 그래서 곡식 뿐 아니라 곡식으로 빚는 맥주 산업도 무척 발달했다. 후터라이트라고 불리는, 주로 농사를 지으며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 중 하나가 사스카츄완 주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곳 산지의 음식은 언제나 신선하고 건강하고 풍성할 수 밖에 없다. 캐나다 음식이라고는 푸틴이나 팀홀튼의 더블더블 커피가 전부인줄 알았던 나는, 진정 이곳에서 음식의 신세계에 눈을 떴다. 생각지 못했던 사스카츄완주 여행의 커다란 선물이었다.

아.. 음식 이야기는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스케치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이어지는 포스팅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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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관광청의 끝.발.원정대 자격으로 제작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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