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거를 타고 누비는 북경의 뒷골목, 스차하이 후통(胡同)

중국을 제대로 보려면 '후통(胡同)'에 가보라고들 한다. 후통은 '베이징에 있는 좁은 골목길'을 이르는 말로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처럼 오래된 전통 가옥들이 모여있는 길이다. 북경에는 아직도 원나라 시기부터 조성된 수천, 수만 개의 후통이 존재하는데, 스차하이라는 호반 근처에는 황족의 저택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길은 고관대작의 저택들과 그 사이에서 생활하는 현대 중국인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골목으로 유명하다.

좁은 길이 많아 자전거로, 혹은 걸으며 볼 수밖에 없는 이곳을 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은 인력거 투어. 후통에 얽힌 옛이야기를 들으며 천천히 누비는 골목골목은 중국을 조금 더 가깝고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스차하이 주변에는 이렇게 인력거꾼들이 길게 늘어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인력거 투어를 하면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 2시간 반까지 골목길을 둘러볼 수 있다. 가장 많이 타는 루트는 만녕교 - 연대사거리 - 사합원 방문 - 카페거리(도보)로 이어지는 1시간 코스. 스차하이에 있는 베이징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예약하면 흥정할 필요 없이 인당 60위안에 구수한 조선족 개인 가이드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겨울이라 아저씨가 준비해주신 두툼한 무릎담요를 덮고 바람을 가르며 후통 투어에 나선다.

바로 이런 걸 원했다. 꾸밈없는 생활상.

후통 투어의 매력 중 하나는 전통 가옥 양식인 '사합원(四合院)'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한 후통에는 이렇게 일반인에게 개방된 몇 개의 사합원이 있는데, 옛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어 참 흥미로웠다. 우리의 한옥이 'ㄷ'자 형의 구조로 되어 있다면 사합원은 'ㅁ'자의 사방이 막힌 폐쇄적인 구조. 문을 닫으면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독립구조다. 한옥은 남향이 대부분이지만 사합원은 북향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사진에서 등지고 있는 북쪽이 안방, 남쪽은 하인들이 기거하거나 창고로 사용하던 곳이었고 해가 뜨는 동쪽은 아들이, 서쪽에는 딸이 살았다고 한다. (중국은 남아 선호가 심하다며 조선족 가이드가 열변을 토했다. ^^;)

현재는 몇몇 사합원만이 예전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가격이 우리 가치로 몇십억 원에서 몇백억 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최근 들어 고위관리, 군 장성 등 부자들이 사합원을 사들여 내부를 고친 후 민박을 하거나 직접 살기도 한다는데, 외국인에게 한옥 체험으로 인기가 좋은 서울의 북촌이 떠올랐다.

사합원은 문 입구만 봐도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직업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둥근 북이 있으면 무관, 네모진 상석이 있으면 문관을 나타낸다고 한다.

다시 인력거를 타고 스차하이로 향하는 길. 울긋불긋 화려한 고관대작들의 집에 비해 서민들이 사는 지역은 온통 회색 빛이다. 당시엔 지붕과 벽을 청회색으로 발라야 했던 법이 있었기 때문에 골목길은 특유의 신비로운 빛이 감돈다.

전통 가옥에서 맛보는 피자의 맛은? 겉보기엔 저렇지만 찻집 같은 고풍스러운 내부 정원과 인테리어로 유명한 맛집이라고 한다. 맛 또한 좋다니 다음에 베이징에 갈 땐 한번 꼭 들러봐야겠다.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후통의 곳곳은 온통 공사판이었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던 후통은 개발의 위세에 밀려 최근 급격하게 그 수가 감소하는 중이라고 한다.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현재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공사는 다행히 옛 후통의 모습을 복원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미지 출처: KBS

옛 정취가 가득한 이곳은 종종 드라마나 광고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최근에는 비와 이나영의 주연으로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도망자 Plan B’를 촬영했는데, 인력거 추격 장면 등 대부분의 중국 신을 이곳 스차하이에서 찍었다고.

잠시 드라마의 한 장면을 상상하며 인력거를 타고 스차하이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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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인력거를 타고 돌아보는 스차하이.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삐걱대는 페달 소리가 자장가처럼 편하게 들린다. 스차하이는 밤에 보는 야경이 더 멋지다고 하는데, 초저녁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것도 꽤 운치 있다.
 
연대 사거리(옌사이 세제 烟袋斜街). 이 골목은 청대말 아편을 팔았던 곳으로 '연대'는 곰방대를 뜻한다고 한다. 길 자체가 휘어져 있어 곰방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요즘은 찻집이나 기념품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멋스러운 건물들이 마치 영화 촬영소를 보는듯한 기분. nuage라는 음식점은 최근 '도망자'를 찍었던 곳.

해외에서 중국음식점에 가면 이렇게 머리 달린 오리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반신반의했는데, 중국에는 실제로 오리 머리요리가 있더라. (지난 상해 여행에서 잘못 주문한 나머지 오리 머리 요리를 시도해본 적이 있다...;)

키치한 느낌의 차통과 보온병을 파는 상점. 예스러운 거리와 잘 어울린다. 하나 사오고 싶었다는. 
 
인력거 투어를 마치고 난 후에는 하교하는 아이를 쫓아 이름 모를 후통으로 들어가 보기도 했다. 얼마 안가 아이의 집이 나와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긴 했지만.... 나는 중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일 뿐~ ^^;

사실 이번 여행을 하며 계속 아쉬웠던 점은 언어의 장벽이다. 계속 뭔가 설명하고 싶어하는 인력거 아저씨와 소통이 되었더라면 좀 더 풍요로운 여행이 됐을 것 같은데.... 이래서 한 나라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고 싶다면 언어를 배우라고 하나보다. 언어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일 뿐 아니라 다른 문화, 다른 사고, 다른 역사, 문명으로 안내하는 관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길을 걷던 중,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점을 발견하고는 뜨끈한 오뎅으로 속을 데웠다.
 
(다음은 걸으며 보는 베이징의 뒷골목. 난뤄구상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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