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쇼핑백] 센베노~! 몽골에서 온 선물

작년 4월에 울란바토르로 떠났던 친구가 10개월 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1년간의 육아 휴직기간이 기회라며 남편과 함께 의료봉사를 나섰던 무모한 그녀. 백일도 안 된 아기를 데리고 가느라 1년 치 예방접종 백신을 아이스 박스에 싸들고 떠났더랬다. 사실 떠날 이유보다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았을 꺼다. 간난쟁이와 떠나기엔 너무 척박한 환경이고, 겨울엔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살인적인 날씨에 의료시설도 먹거리도 변변치 않은 곳이니 주변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겠지. 하지만 결심한 그 해, 친구는 멋지게 떠났고 난 가끔씩 업데이트되는 그녀의 페이스북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몽골에서의 생활을 체험하며 여행의 갈증을 채우곤 했다. 


내가 상상하는 몽골의 모습은 대략 이런 모습이었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photo by 조은주) 아래는 친구의 페북에 올라온 몽골 풍경과 이야기이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흥미진진하다. 글을 보며 때론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기도 했고(실제 여행을 계획했으나 당시 임신 중이라 안타깝게도 무산됐단... ㅠ) 때론 '의료봉사'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르갈란트에서 잡은 양과 염소. (photo by 조은주)

몽골리아 호텔 (photo by 조은주)

울란바토르에 게르 호텔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국적인 분위기에 완전 압도~! '한 번쯤 묵어보고 싶은 곳' 리스트에 추가해 뒀다.

몽골에는 5월에도, 9월에도 눈이 내린다. (photo by 조은주)

날이 추워지면 중앙난방 시설이 없는 집과 게르에서 석탄을 떼는데, 그 때문인지 거리는 온통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찬다고 한다. 방독면을 쓰고 다니는 외국인이 목격되기도 한단다. 우리가 흔히 다큐멘터리에서 보는 파란 하늘은 여름 하늘.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여름뿐이고 대부분 이렇게 우중충한 날씨란다. 


몽골에 불어온 한류. (photo by 조은주) 제과점에 모습을 드러낸 김탁구 빵. 


그녀가 올린 게시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 바로 오지 진료봉사에 대한 내용이다. (photo by 조은주)

긴 글이라 좀 요약해보면

'지역주민의 의료는 현지 병원의 의사가 하는 것이 옳다. 진료봉사로 인해 현지 의사와 주민의 소통이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 진료봉사가 현지 병원 운영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의료봉사팀이 지역에 한번 다녀가면 현지 병원에는 환자가 줄어 의사들이 생계를 걱정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의료봉사의 바람직한 방향은 지역 의사들이 스스로 더 나은 의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르치는 일이다.'


단기 의료봉사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염려의 글에서 진지한 고민과 봉사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당장 몇 사람을 치료해 실적을 올리기보다는 현지 의사들이 자립해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이라니... 봉사에도 철학이 필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사실 '여행자의 쇼핑백'에 맞는 내용은 이것. --;)

이제 아장아장 걷는 돌쟁이 딸내미와 함께 돌아온 그녀. 오랜만에 우리 집에 와서는 뭔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MADE IN MONGOLIA...;


"낙타털로 짠 양말인데~ 참 따뜻해!"


하나는 산모용. 그리고 아이들 것 하나씩.... 꼼꼼히도 챙겼다. 만져보니 천연섬유라 약간 거칠한게 그냥 신기에는 좀 뭣하고, 안에 면 양말을 신고 덧신었더니 정말 따뜻하다. 몽골리안들이 겨울을 나는 비법이라나~


요즘 오징어 순대같이 통통한 배를 자랑하는 둘째군. 나흘째 응가를 못해서 발끝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어찌나 버둥대는지, 길다란 슬리핑 가운을 입혀놔도 금새 발이 다 나온다. 바로 카멜 양말 착용. 이제 바로 거칠은 몽골 벌판으로 달려가도 될 태세~!


떠날땐 무모했지만 10개월간의 값진 경험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온 친구. 카멜 양말을 계기로 친구의 페이스북 담벼락을 훑어보다 보니 새삼 그녀의 용기가 부러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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