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간의 환상벚꽃여행~! 키치죠지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뱃놀이 즐기기

이번 도쿄 봄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단연 '키치죠지'라고 말하고 싶다 .

키치죠지는 여행자들에게 '토토로'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있는 곳으로 알려졌지만 도쿄 시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원 중 하나인 '이노카시라 공원'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좌우로 드리워진 벚나무 가지 사이로 뱃놀이를 즐길 수 있는 이노카시라 호수는 이 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오리배를 타고 벚꽃 흩날리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과연 현실인가 싶다.



오늘은 풍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벚꽃 절정의 이노카시라 호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벚꽃 절정의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오리배 빌리기'



예년보다 벚꽃이 일찍 핀 도쿄는 벚꽃 명소 어디를 가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들 틈에 끼어 벚나무 아래 자리를 깔고 한가로이 도시락을 먹고는 산책을 나섰다.

원래 계획은 공원을 한바퀴 돌고 키치죠지 근처의 이름난 예쁜 카페와 맛집에 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면 계획은 언제나 바뀌기 마련. 예쁜 카페보다 예쁜 오리배가 더 좋겠다는 아이의 말에 '사람이 많지 않으면'이란 단서를 붙여 선착장으로 나섰다.  



내 기대와는 달리 매표소 줄은 별로 길지 않았다.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빌릴 수 있는 배의 종류는 그림에서처럼 총 세 가지. 오리배는 그중 가장 비싼 30분에 700엔이다. 똑같은 페달 보트가 오리 모양을 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6살 아이에게 그것을 이해시키는 노력따위는 시도하지 않았다. 당연히 예쁜 오리배를 선택한 딸아이. 이제 보니 오리배의 영문 이름이 SWAN 이다. 오리가 아니라 백조구나... 며칠 전 아이와 함께 읽은 동화 한편이 떠올랐다.




인파로 북적이는 공원과 대조적으로 배가 거의 없는 한가로운 선착장 풍경.

'모두 배를 타고 호수로 나갔구나~!' 뒤통수가 뻐근해질 즈음 오리배 하나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오리배의 내부는 겉보기보다 꽤 컸다. 쾌적하지는 않았지만 어른 둘과 유아 둘이 끼어 앉을 수 있을 만큼 넉넉했다.

매표소 자동판매기에서 뽑은 티켓을 오리배에 어설프게 매달고 출발~!


진짜 오리와 함께 즐기는 '유유자적 오리배 탐험'



오리배를 타봤다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유유히 호수를 표류하는 오리배는 보기완 달리 무동력 페달보트다. 즉, 페달을 두 발로 열심히 밟아줘야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연인들이 오리배를 함께 타고나면 헤어진다'라는 속설이 있듯이 양쪽에서 페달질을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힘이 든다. 


하지만 이런 풍경을 앞에 두고라면 어찌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있을까?



가면 갈수록 더 가깝게, 더 아름답게 드리워지는 벚나무 가지를 조금이라도 더 잘 보기 위해 남편은 더욱 열심히 페달질을 했다.
(나는 미안하지만 둘째를 안고 있느라... ^^;)



이노카시라 공원의 벚꽃은 바로 흩날리는 오늘이 절정이었다.





갈수록 점입가경, 벚꽃 사이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더욱 욕심이 생겨 벚꽃이 끝나는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호수길이 좁아질수록 양쪽의 벚나무는 더 가까워졌고, 배들도 역시 많아져 살짝 부딪히는 경우도 생겼다.
그러나 모두가 벚꽃에 빠져 약간의 환각상태인 이런 상황에서는 사소한 부딪힘 따위는 문제 될 리 없었다. 오히려 재미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맞은편 배에 카메라를 건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이곳에서는 씩씩하게 혼자 노를 젓는 아이도,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도 더 가까이 훔쳐 볼 수 있었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이 강물에 쌓이는 모습도 가만히 지켜볼 수 있었다.  





이맘때 일본 여행을 하면 거리마다, 여행사마다 쌓여있는 벚꽃여행 팸플릿을 보며 '포토샵이 너무 과한 것 아니야?'라고 생각했더랬다.
사진에 벚꽃을 마구 복사해 붙였을 것이라고... 그런데 그런 비현실적인 풍경이 실제로 정말 존재하고 있었다. 왜 일본을 벚꽃의 나라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30분간의 환상 벚꽃 놀이가 끝나고...


30분간의 짧은 환상 벚꽃 놀이가 끝나고, 페달을 밟아 다시 돌아온 선착장. 오후의 햇살에 반짝이는 호수도 참 다름답다.



함께한 이들이 모두 즐거울 수 있어 더욱 행복했던 이노카시라 호수 뱃놀이.



30분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 최고의 벚꽃을 경험할 수 있었던 이번 여행.

미운 오리배가 진정 아름다운 백조처럼 보였던 최고의 뱃놀이였다.

지금도 아른거린다. 손에 잡힐듯 다가오던 탐스러운 벚꽃이~.


Special Thanks to 종아리에 알이 밴 스티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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