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픈 샌프란시스코의 조용한 휴양지, 퍼시피카(Pacifica)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수 많은 영화 때문이었을까?
내게 샌프란시스코의 첫 인상은 '낭만'이었다.

멀리 푸른 바다 사이로 주홍빛 금문교가 모습을 드러내는 그 순간부터, 바다 한가운데로 길게 뻗은 활주로로 착륙하기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어느 공항에서도 느껴본적 없는 로맨틱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리고 게이트로 나오자마자 마주한 '노란 장미 한 다발'~! 
비록 나를 위해 준비된 것은 아니었지만, 얼굴 가득 설레는 표정인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렸다.  

노란 장미 한다발을 든 샌프란시스코 공항녀, 언젠가 나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저런 이벤트를 마련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상상외로 아담했다. 까탈맞은 보더의 질문 러시만 이어지지 않았더라면 정 많은 지방 공항을 연상케 할 수도 있을 정도.


 

하지만, 역시 '미국'에 왔음을 실감케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말로만 듣던 '베스트 바이 익스프레스(BEST BUY Express)'. 베스트 바이는 한국으로 치면 '하이마트'쯤 되는 미국 최대의 전자기기 유통업체인데 핸드폰, 컴퓨터 악세서리, 디지털 카메라, 핸드폰, 여행용 아답터 등 여행시 필요한 전자제품과 선물용품 20여가지를 자동판매기로 팔고 있었다. 전자기기 같은 고관여 제품도 이렇게 손쉽게 자판기로 살 수 있는 미국이라니~!

요즘의 똑똑한 소비자들은 보통 온라인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기에 자신이 어떤 제품을 사야할지, 그 제품의 모델명까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구매도 활성화 되어 있어서 원하는 물건이 적정 가격대라면 언제 어디서든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 굳이 점원과의 불필요한 상담으로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이 바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패스트 트랜드(Fast Trend)'를 이끄는 나라답다.

 

 

13시간의 비행 끝에 만난 청량한 공기, 햇빛은 따갑지만 습기가 없어 쾌적하다.

공항을 빠져나와 인근 주택가에서 앞으로 일주일간 나와 캠핑의 고락을 같이할 트레일러를 처음 만났다. 사실 그닥 감격적이진 않았다. ^^;
15인승 벤만 해도 충분히 긴데, 저 트레일러까지 끌고 어떻게 운전을 할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 드라이버 (투어캡틴)이 필요한가 싶기도 했다.

 


캠핑장비가 잔뜩 실린 트레일러에 개인 짐을 우겨넣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향한다.
첫 여행지는 퍼시피카(Pacifica), 여행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조용한 휴양지이자 소박한 해안마을이다.  

비뚤비뚤 손글씨가 오히려 더 매력적인 사인.

퇴근후 이곳에서 낚시를 즐기곤 했다는 현지 코디네이터의 설명을 들어서인지, 아니면 오래된 마을의 정취가 느껴져서인지 낯익은 따뜻함이 전해온다.



부두에는 이미 낚시 삼매경에 빠진 동네 주민들이 가득~! 가족과 함께 해변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러웠다는.

 



문득 뒤를 돌아보니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한 아이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니, 자신도 사진을 한장 찍어달라고 한다.

'치즈~'를 연발하며 한껏 웃는 아이의 표정을 담아봤다.


'나도 너만한 딸이 있단다...'라고 되뇌이며.




역시 '캘리포니아의 파도, 서퍼들의 천국~!' 라는 생각이 드는 단단하고 힘있는 파도.



해변 끝까지 긴 컬을 만들며 다가오는 파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향하는 해변 곳곳에서는 수트를 챙겨입고 패들링을 하거나 실제로 파도를 타는 서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요즘 한국에서도 서핑 강습을 하는 곳이 많이 생겼다고 하던데, 나도 더 나이들기 전에 배워서 가족과 함께 서핑 여행을 시도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부두 끝에는 역시 오래전 부터 이 곳을 지키고 있었을 것만 같은 코지(cozy)한 카페가 하나 있다. 여유가 좀 있었더라면 동네 주민들 틈에 자리를 잡고 커피라도 한잔하며 세상에서 가장 낯선 존재인것 처럼 '이방인'으로서의 시선을 즐겨볼텐데.

 

 

다시 차를 타고 달리는 길. 퍼시피카에서 하프문 베이를 지나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해안도로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이 펼쳐진다. 한 톨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없다며 모래 위에 잎을 꼿꼿이 세운 선인장이며, 그 속에 촘촘히 피어있는 색색의 꽃들이 시선을 어지럽힌다. 그와 대비되는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 선셋포인트로 유명하다는 클리프 하우스, 맛있는 선데이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그냥 지나친다. 

 

아쉽지만 이렇게 차 안에서 해변의 정취를 감상하며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첫인상'의 강렬함 때문이었을까?

지나고보니 미서부의 그 어떤 떠들썩한 관광지보다 퍼시피카의 파도가,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만약 내게 '다음'이 허락된다면, 그들처럼 이곳에서 낚시를 즐기며
여행객을 위해 다듬어진 문화가 아닌 진짜 삶과 맞닿은 그들의 문화를 즐겨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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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굵직한 미서부 캠핑여행 이야기들이 어느정도 끝나서 이제는 소소한 에피소드 중심으로 몇 꼭지 더 풀어볼까 합니다. 
     아직 미국 Top 5에 드는 캠핑장, 라스베이거스에서 잭 스페로우를 만난 이야기, 그리고 로맨틱 드라이브의 절정이라 감히 말할 수 있는 
     '17마일 드라이브'에 대한 이야기도 남았는데 말이죠~ ^^
 

* 취재지원: 하나투어 웹진 겟어바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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