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훌쩍, 2박3일 오사카-교토 싱글여행 스케치

'주말에 훌쩍, 여자 혼자, 해외'란 단서가 붙었을 때 떠오르는 여행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만한 곳이 없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 남짓한 거리, 안전한 치안, 이미 많은 싱글 여행자들에게 검증받은 맛집과 관광지. 게다가 요즘엔 피치항공이나 이스타항공 같은 저가항공사들이 왕복 10만원 남짓의 특가 티켓까지 남발(?)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볍게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특히 오사카는 먹거리면 먹거리, 쇼핑이면 쇼핑, 그리고 지척에 교토라는 일본 최고의 볼거리를 곁에 두고 있어 싱글여행, 여자 여행자를 위한 최적의 여행지가 아닌가 싶다. 방사능 공포감이 고조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이슈지역에서 조금이나마 먼 곳이라는 것도 좀 위안이 된다.      

반쯤 채운 빈 트렁크 하나 끌고 (나머지는 쇼핑으로 채워야 하니까^^), 오사카로 훌쩍 떠난 나홀로 여행.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름 알차게 다닌 2박 3일의 오사카-교토 여행 스케치를 이제부터 시작해 본다.

 

 
Day 1 인천-오사카(그랜드프론트 오사카-도톤보리)


여유만만 항공여행이 대체 얼마만인가! 혼자 떠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시간.
게다가 내가 탄 항공기는 단거리 노선임에도 전원단자가 있는 최신기종이어서 더욱 좋았다.
사실 떠나기 전에는 대략의 루트만 짜놓은 상태라 데이터 로밍만 믿고 출발 했는데,
이렇게 기내에서 좌 가이드북 우 휴대폰을 놓고 세부 일정을 짤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올 봄에 오픈한 '그랜드 프론트 오사카'.
이번 여행을 지원해준 '일본 관광청'에서 유일하게 취재 미션을 준 곳이다. 그만큼 관광청에서 자신있게 추천하는 곳이라는 뜻?! 
호텔에서 가깝기도 했고, 남/북관에 걸쳐 패션, 잡화, 레스토랑까지 260여개 점포가 입점해 있는 요즘 오사카에서 가장 핫한 대형 쇼핑몰이라기에 궁금했다.


그런데 그랜드프론트 오사카로 들어서기 직전, 내 발목을 잡은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기린 이치방 가든'의 '프로즌 나마'~!!!
무척 덥기도 했고, 워낙 맥주를 놓아하기도 하는데다가 결정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직전, 제이유님께 신사동 가로수길의 '기린 이치방 가든 팝업스토어'에 대해 들었던 터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 거품을 살포시 얼려주는 아이스크림 생맥주라니~! 이건 완전 맥주의 신세계! @.@
그 식감은 마치 맥주맛 셔벗을 먹는듯한 느낌이랄까? 서걱거리는 프로즌 나마의 그 짜릿하고 얼얼한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맥주 한잔을 원샷하고 들른 곳은 '더 시티 베이커리'.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캘리가 핫초코를 먹는 장면으로 유명해진 뉴욕의 그 집이 오사카에도 들어왔다.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맥주를 마신 후에 훌훌 불어 먹는 핫초코라니. 아이러니 자체. ㅎ 
하지만 순도 100% 핫초코와 살살 녹는 수제 머쉬멜로우의 조화는 정말 완벽했다.


속이 버텨낼까 조금 걱정되는 기분으로 향한 곳은 오사카 여행자라면 누구나 들른다는 맛집거리 도톤보리.



먹거리 천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거리는 정말 걸음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과 이색 간판들로 가득차 있었다.
뭔가 '밥'다운 것으로 놀란 속을 달래야겠다고 생각한 내가 들어간 곳은 회전초밥의 원조라는 '겐로쿠 스시'. 많이 먹지는 못했다. 

 


뻔한 도톤보리의 풍경 말고, 좀 다른 것을 담아보려고 헤매다가 결국 늦은 시각에 숙소로 복귀했다.
사실 호텔 근처의 작은 교자집 닷지에 앉아 맥주 한잔을 더 했다. 순전히 창 밖으로 뿜어나오는 저 교자 굽는 연기때문이었다는 핑계를 대본다.


Day 2. 교토 (아라시야마-덴류지-치쿠린-도롯코 열차-기요미즈데라-산넨자카)



다음날 아침 일찍 향한 곳은 교토의 아라시야마.
종일을 온전히 투자해 볼 수 있는 2박 3일 일정의 단 하루, 오사카-교토 여행의 핵심 일정에 교토를 넣은 것은 그만큼 교토가 간사이 지방의 핵심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라시야마는 평소 일본 여행을 좋아해 틈만 나면 티켓을 끊어 혼자 다니곤 하시는 내 어머니의 강력 추천지.
내가 '교토 하루코스'를 추천해 주십사 부탁했더니 '아라시야마만 천천히 봐도 좋다'라고 했던 바로 그곳이다. (폭풍 검색 결과 역시 아라시야마였다.)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풍경을 만났으니...
아니~! 이곳은 내가 숑숑님의 블로그에서 보고 '교토를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바로 그 장면 아닌가!
무심코 강변을 따라 걷다가 정확히 이 프레임을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이란, 뜻밖의 장소에서 반가운 옛친구를 만난 기분이랄까?

>> 숑숑님 사진을 보고 싶다면? http://jakpoom1215.blog.me/130148566637 ^^

 



입장료가 조금 비싼데 공사중이라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던 덴류지.
하지만 이렇게 멋진 일본식 정원과 더불어 여름이라 기대하지도 않았던 흐드러지게 핀 수국, 그리고 대나무 숲 치쿠린을 만났으니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관련 글: 수국의 계절 @교토 아라시야마 덴류지


대숲을 나와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도롯코 열차. 알고보니 아라시야마에 가는 사람들이 코스처럼 타는 협곡열차였다.
창문이 없는 열차를 타고 수 많은 터널과 다리를 건너며 협곡을 탐험하는 기분은 정말 최고~!


교토의 매력에 빠진 나는 욕심을 내서 예정에 없던 기요미즈데라와 산넨자카까지 돌아봤다.
역시~ 다리는 좀 아팠지만, 후회 없는 선택. 다음엔 시간을 좀 더 내서 교토만 천천히 돌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뜻밖의 추억을 하나 더하자면, 바로 이 청년들. 역시, 혼자여행의 묘미는 사람을 만나는 것~!

 

교토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근처의 우메다 스카이빌딩의 공중정원에서 환상적인 야경도 감상했다.
커플의 데이트장소라 이번 여행중 유일하게 쓸쓸함을 느꼈던 곳이기도 했다.



Day 3. 오사카 (오사카성 - 그랜드프론트 오사카) - 인천

 
오사카에 처음 왔으니, 상징인 오사카성에도 잠시 들렀다.
우리에겐 가슴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지만, 성을 둘러싼 해자의 고요한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잠시 시간이 멈춘 듯 바라봤던 곳.


숙소에서 짐을 챙겨나오기 전, 비워 온 트렁크의 반을 채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다시 그랜드프론트 오사카에 들러 쇼핑에 매진했다.  


마침 빅 세일기간... 70% 품목들을 눈 앞에 두고 시간이 없어 그냥 나올때는 정말 울고만 싶었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너무나 운 좋게도 일본 열도를 한눈에 담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화창한 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가슴아팠지만 일본은 늘 가까운 곳에 있으니 아쉬워 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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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올 여름(2013. 7/5~7)에 떠난 취재 여행기 입니다.
     싱글즈 9월호 발간 후, 블로그에 여행기를 실을 수 있어 사정상 조금 늦었습니다.

* 취재지원: 일본관광청, 싱글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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