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떠나자! 도심 속 자연 하루, 노을캠핑장

낮 최고 기온이 최고 30도 가까이 오르내리는 요즘,

주말 낮에 기일~게 드리운 해는 우리에게 더없이 좋은 핑곗거리다. 


'날이 너무 좋아서', '집이 너무 더워서', '해가 너무 길어서'

너무너무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우리는 동네 캠핑장으로 떠난다.  


캠핑의 계절이 돌아왔다! 노을캠핑장으로

▲ 우리가 운좋게 잡은 노을캠핑장 A구역 A-9 자리에서 바라본 노을캠핑장 풍경


도심 한복판,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곳. 그래서 이름도 노을캠핑장이다. 

가까운 곳이라 몇 해 전부터 자주 찾고 있지만, 사실 예약하기는 만만치 않다.  


매월 15일 오후 2시, 예약 페이지를 열어놓고 초시계까지 맞춰가며 선착순 예약 경쟁에 뛰어든다. 그러나 다들 어찌나 빠른지, 한 번도 원하는 날짜의 표를 구해본 적이 없다. 특히 토요일 예약은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마감되곤 한다. 차라리 사이트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누가 취소한 표를 줍는 것(일명 '이삭줍기')이 정신건강에 좋다. (취소 규정 때문에 일주일 전 즈음 원하는 날짜를 조회해 보면 가끔 하나씩 자리가 뜬다. 특히 비소식이 있다거나 미세먼지가 나쁘다거나 하는 예보가 있는 날은 더 취소가 많다! 그래서 우리가 우중 캠핑을 많이 한다는...; ㅎ)


▲ 태양의 방향, 사이트 크기, 주변과의 거리 등을 고려해 경건한 마음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날도 정말 운좋게 금요일 자리를 겟. 그것도 노을캠핑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A구역이었다. 

노을캠핑장은 A부터 D까지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아이와 함께인 가족들은 보통 자연물 놀이터와 가깝고 전기를 쓸 수 있는 A구역을 선호한다. 언덕 위에 있고, 차를 가지고 올 수 없는 특성상 맹꽁이 차 내리는 곳에서 가까운 순으로 인기가 있다.  


▲ 민들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노을캠핑장. 후우~ 홀씨 부는 재미도 쏠쏠


둘째군 임신 7개월차에 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자라섬에서 텐트도 없이 첫 캠핑을 시작했다. 그날 이후, 하나씩 필요한 것을 사모으며 벌써 8년째 들살이를 하고 있다. 아직도 장비는 소박하지만, 상황과 장소에 맞춰 짐을 쌀 줄 아는 캠핑형 인간으로 살고 있다. 새삼 그때의 추억을 뒤적뒤적.

  

※ 관련 글: 캠핑에 대한 단상, 좌충우돌 자라섬 캠핑 후... (8년 전, 첫 캠핑의 소감을 적은 글. 오글오글)



8년차 캠퍼의 역할분담

 타프도 혼자서 척척 잘 치는 스티브. 가끔 두 개의 폴로만 타프 천을 지탱하는 신박한 묘기도 부린다. 


엄청 싸들고 가도, 막막하기만 했던 캠핑장.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역할분담을 한다. 

사이트의 중심자 가장 힘이 많이 필요한 타프는 주로 남편이 치고, 그동안 나는 옆에서 폴대를 연결하거나 짐을 정리한다. 


▲ 글감을 구상하며 고프로와 DSLR로 다양하게 담는다. (이렇게 찍어 놓고 포스팅은 잘 안한다는 게 함정. --; ) 


물론 사진찍는 것도 내 몫. 요즘 타임랩스로 사이트 구축 과정을 담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 요즘같이 더울 땐 물총싸움이 최고!


아이들은 직접 챙겨온 장난감들을 찾아서 놀이를 시작한다.
물론, 잔짐을 나르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는 함께 해야하니 근처에서만.

차가 없고, 사방이 너른 잔디밭이니 걱정할 것이 없어 좋다. 



실컷 뛰어 놀다 물 찾아 돌아온 둘째군. ^^


▲ 여러분은 참외를 어떤 방법으로 자르시나요?

사이트 구축 후, 시원한 그늘에 앉아 맥주 한잔 홀짝이며 좋아하는 만화책을 읽는 맛이란~  


도심 한복판,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곳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나무데크길을 따라 공원 산책을 시작한다. 



미세먼지가 있어 좀 뿌옇게 보이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한강의 노을.


▲ 5월 3째주, 노을 캠핑장 B사이트에서 먹은 바베큐. 외국처럼 서서 굽는 화로대라 신기했다.

저녁에는 캠핑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숯불향 그윽히 밴 바베큐도 먹어보고,



지글지글 롯지에 해산물도 올려본다. 


여전히 추운 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아름다운 아침


즐거운 우리 집. 사실 한여름 아니고는 밤에 너무 추워서 텐트를 바꿔야 하는데... 나뭇가지로 폴 수선해가며 7년째 버티고 있다. 확실히 우리는 집이고 텐트고 이사에는 소질이 없는 듯.


5월에 벌써 두 번의 캠핑을 다녀왔는데, 날이 갈 수록 확실히 밤 기온에 차이가 있다.

5월 초에는 새벽 기온이 10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너무너무 추웠다는. 좁은 공간에서 식구들과 어깨를 맞대고 잤음에도, 여름용 텐트로 추위를 버티기엔 한계가 있었다. ㅠㅠ (8년째 새 텐트 검색중.)


▲ 일어나자마자 캐치볼을 즐기는 가족


그래도 해 뜨면 금새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캠핑장의 아침.
맹꽁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고,  '아! 지금 해가 뜨고 있구나.' 를 온몸으로 느끼며 눈을 뜨는 경험은 캠핑장에서만 가능한 것~! 


▲ 연사로 찍어달라고 주문하시어... 

눈 뜨자마자 캐치볼이며 물총싸움이며 다양한 놀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사실 노을 캠핑장은 굳이 잠을 자지 않고, '나들이 모드'로 다녀와도 좋은 곳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텐트는 치지 않고, 저녁까지 간단모드로 캠핑을 즐기다가 잠은 집에서 편하게 자는 것이다. 


우리도 친한 문짱님네 가족을 초대했다.

전날 저녁까지 함께 놀고, 다음날 아침일찍 다시 만났다. 북적북적 네 아이들이 어찌나 잘 노는지~

캠퍼로서의 매너만 잘 지킨다면, 방문 초대도 가능한 노을 캠핑장! 


아이와 함께 읽는, 쉬어가는 노을책방


A사이트 바로 옆 자연물 놀이터에는 작년에 설치한 '쉬어가는 노을책방'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 책들로 채워져 있다. 야외 도서관에는 책걸상이 놓인 교실같은 공간도 있고,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나무벤치들도 아이들을 놀다 읽다 시간가는 줄 모른다.  


어른 도서는 매점 옆 (맹꽁이 버스 정류장 근처) 서가에 있으니 한 권 가져와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다. 책은 공원 안 어디서든 보고, 자율적으로 반납하면 된다. 누가 지켜보고 지도하지 않아도 함께 보는 책이니 깨끗하게 읽어야 한다는 것, 반드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느끼고 익힌다. 



다양한 자세로 관심 도서(물론 대부분 만화책이지만 ㅎ)를 읽는 아이들을 보며 새삼 많이 컸음을 느끼기도 하고



오랜만에 물방울 놀이에 심취한 큰아이들의 모습에서 치열한줄만 알았던 사춘기 속 동심을 보기도 하고,



이렇게 우리는 싱그러운 5월, 가족과 함께 부대끼며 올해의 첫 캠핑을 시작했다.



"엄마! 나는 캠핑이 정~말 좋아요!"

"왜?"

"재밌는 걸 계속계속 할 수 있으니까!"
텐트도 만들고, 캐치볼도 하고, 마시멜로도 구워먹고, 밤에 손전등 켜고 아빠랑 샤워하러 가고!"


집에서 내가 너무 무심했나...

둘째군을 위해서라도, 올해는 더 열심히 이삭을 주워봐야 겠다.


그리고... 

 



당장 내일, 이제 오늘? 바로 이곳, 노을캠핑장에서 <제2회 서울별빛캠핑>에 참가한다. 이건 이삭줍기가 아니라, 기간 내에 응모해 당첨된 것! 50팀을 선정하는데, 250여 개 팀이 응모해 무려 5: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 (음하핫! 내게 이런 행운이?) 


올해 서울별빛캠핑은 서울시와 잡지 PAPER가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1박 2일의 친환경 캠핑 페스티벌로 열린다. 난지도라 불리던 쓰레기산에 자리한 친환경의 아이콘, '노을캠핑장'에서 열리는 그린캠핑이라 더 뜻깊다. 캠핑을 하면 할 수록 자연의 소중함을 느낀다. 


특히 캠핑중, 하룻동안 봉투에 쌓이는 쓰레기의 양을 보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버리는지 느낄 수 있다. 평소에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내일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그 의미를 다시 돌아볼 예정이다.


이상은의 노래, 무수분 깜빠뉴 굽기, 우쿠렐레와 훌라춤, 여름 별자리를 찾아보는 천체관측, 자연밥상. 너무너무 재미있을 것만 같은 프로그램이 한가득이다. 평소 페북으로 염탐하던 PAPER 편집장님도 혹시나 뵐 수 있을까 설렌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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