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여행] 798 예술구에서 만난 '10원 초상화'

베이징 여행을 준비하며 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는 중국 예술의 현재를 볼 수 있다는 798 예술구였다. 폐공장을 개조해 갤러리로 만든 독특한 컨셉도 흥미로웠지만, 우리나라의 홍대 앞같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 갤러리 앞 길가에서 그림도 그리고 공연도 한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 도착한 첫날,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더듬더듬 798 예술구를 찾아 나섰다. 설레는 마음으로 거리에 들어서는데,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들 중심에는 뭔가를 열심히 적는 한 사람이 있었다. 사인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 

연예인인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사 보니 그는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다.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연인이 모델인 모양이다.


연필 스케치를 따로 하지 않고, 바로 펜으로 쓱쓱 그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오래전, 마로니에 공원 한구석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던 길거리 초상화가가 떠오르기도 하고 홍대 앞 명물로 소문난 10초 완성 10원 초상화가가 생각나기도 하고...


사람이 몰려들수록 쑥스러워하는 남녀. 풋풋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완성된 초상화는 한눈에 보기에도 정말 많이 닮았다. 특히 남자의 인상을 잘 잡아낸 듯. ^^


다시 한 발짝 물러서니 사람들에 가려져 있던 다른 그림들이 보인다. 평범한 캐리커쳐인데, 어딘지 모르게 중국 색이 묻어난다.


초상화 한 장을 그리는데 드는 시간은 5분, 비용은 10원(위안)이란다. 10엔, 2달러, 2,000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다녀가는지 외환도 받는 것 같았다. TV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지 사진이 주렁주렁.


처음 10원이라는 글씨만 봤을 땐 홍대 앞 프리마켓에서 본 10원 초상화를 떠올렸더랬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컨셉이 좀 다른듯하다. 어쩌면 이 화가는 예술가라기보다는 생업을 위해 거리로 나온 전업 초상 화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홍대 앞 10원 초상화가가 말하듯 '비싸고 어려운 상징으로 가득한 것만이 예술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도 가치 있는 예술'이라면 이 분도 분명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예술을 하고 계신 거다. 중요한건  그림을 그리는 사람, 혹은 그림을 보는 사람이 그림에 부여하는 의미인듯. (관련 링크: 예술의_가치는_뭣으로_재)


'798 예술구에 온 기념으로 나도 한 장 그려 달랄까?'

잠깐 고민하며 한눈을 파는 사이, 다른 사람이 자리에 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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