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터키식 아침식사, 카흐발트

터키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물으면 취향에 따라 성별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음식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을 말하라면 아마 이구동성으로 터키식 전통 아침식사인 카흐발트(Kahvalti)를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다. 토마토와 오이 몇 조각, 치즈, 절인 올리브, 에크맥, 그리고 차 한잔이 전부인 소박한 식사이지만 먹고나면 왠지 건강해질것만 같은 한 끼. 아침부터 지지고 볶지 않아도 되니 터키의 엄마들은 좀 편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

셀축의 한 작은 호텔에서 먹었던 아침은 여행지에서의 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햇살이 은은하게 비추는 식당에 홀로 앉아 촉촉한 에크맥을 씹으며 따끈한 커피를 홀짝일 수 있는 건 혼자 떠난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닐까.

에페스 유적지로 향하는 나에게 '오늘은 많이 걸어야 할테니 든든하게 먹고 가라'며 계란과 에크맥을 더 얹어 주시던 인심 좋은 아주머니. 덕분에 아침부터 배가 터지도록 먹었더랬다. 

터키식 아침은 보기엔 간단해도 먹다보면 상당히 배가 부르다. 남기기 아까워 가끔씩 챙기던 삶은계란은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간식으로 요긴하게 먹곤 했다.


샤프란볼루의 전통가옥에서도 역시 터키식 아침을 먹었다. 이스탄불에서 시골 마을까지 모두 이렇게 똑같은 아침 식탁을 차리지만 이곳에서는 아침을 준비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특별했다.


치즈가 한 종류 더 올라가고, 그린 올리브 대신 블랙 올리브가 올라갔어도 토마토 도마테스와 오이 살라탈륵, 흰 치즈 베야즈 페이닐, 절인 올리브 제이틴, 빵 에크맥, 그리 차 한 잔의 기본 식단은 변함이 없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생긴 모습도, 식감도 두부같은 페이닐이다. 처음엔 아무 맛이 없는것 같다가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에 자꾸만 더 찾게되는 중독성이 강한 치즈. 자연의 식탁은 색감도 참 조화롭다.


호텔의 뷔페식당 메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원하는 만큼 덜어올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달까? :)


파묵칼레에서의 아침 식사에는 양고기로 만든 소시지와 오믈렛이 추가 되었다. 터키의 음식은 따로 간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소금을 쳐 먹거나 절인 올리브, 두슈같은 짠지를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입맛에 맞춰 직접 간을 맞출 수 있어 좋다. 이 날은 카파도키아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밤을 꼬박 새워 달려와서인지 소금 솔솔 뿌린 따뜻한 오믈렛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솔직히 뜨끈한 해장국 한 그릇이 그리운 아침이었지만 오믈렛과 차이 몇잔으로 대신하며 위안을 삼았다. 

국물음식을 즐기지 않는 터키의 식탁엔 차 한 잔이 유일한 따뜻한 음식이자 수분이다. 차를 리필해서 먹는다고는 하지만 아침 점심 저녁 찌개와 국을 달고 사는 우리로서는 참 적응하기 힘든 메마른 식단이다. 특히 입맛이 깔깔한 아침을 생 채소와 빵으로 시작한다니 아무리 건강식이라고 해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이럴땐 터키의 국민 요구르트 음료인 아이란을 함께 곁들이면 좋다. 아이란은 물처럼 묽은 플레인 요구르트인데 심심한 맛에 한번 중독이 되면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생각나는 그런 음료다. 


도시의 바쁜 아침엔 이 모든 메뉴를 밀전병에 올려 돌돌 말아 먹기도 한다. 길을 걷다가 치즈, 절인 올리브, 오이와 토마토가 진열된 상점을 만나면 그곳은 터키식 아침 식사, 카흐발트가 되는 음식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터키 여행중에서는 꼭 터키식 아침식사 카흐발트(Kahvalti)를 먹어보자. 간편하게 썰기만 하면 준비가 되는 한 끼이지만 살펴보면 신선한 채소와 치즈 등으로 영양균형을 맞춘 건강 식단이다. 비타민 결핍이 되기 쉬운 여행지의 식사. 하지만 터키에서는 아침만 잘 챙겨먹는다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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