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느낌, 갸토 오 쇼콜라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연례 행사처럼 남편이 베이킹을 한다.

보통은 간단하게 진저 브래드 쿠키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코칩 쿠키를 만드는 정도였는데

올해는 기념할 일도 있고 하니 전에 배워둔 케이크를 구워보겠단다. 


그렇게 시작된 스티브의 내 맘대로 프랑스 요리 클래스. 갸토 오 쇼콜라.



크리스마스 케이크, 그 느낌?! 갸토 오 쇼콜라



사실 갸토 오 쇼콜라는 남편이 몇 년 전 업무의 일환(?)으로 참여하게 된 쿠킹클래스에서 직접 배워온 케이크다. 

어디선가 빛바랜 레서피를 찾아오더니 바로 이거라며 시작된 오늘의 요오~리!


다크 초콜릿은 꼭 카카오 함량이 57%가 되는 베이킹용 블럭 초콜릿을 써야 한다는 둥,

케이크 틀에는 기름을 발라 유산지를 붙여야 한다는 둥, 

까탈스러운 쉐프님 덕분에 조수역할을 맡은 나는 입이 살짝 나왔지만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요리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달달하고 촉촉한 케이크를 맛보며~ 

제대로 기분을 낸 크리스마스였다.


자, 그럼 본격 레서피로 들어가 볼까? ^^



<'갸토 오 쇼콜라' 레시피>

by CIY 쿠킹 스튜디오

다크 초콜릿 (카카오 57%) 85g, 버터 85g, 생크림 85g, 

달걀 3개, 설탕 90g, 코코아파우더 40g, 박력분 10g


재료를 가만히 보면 초콜릿:버터:생크림:달걀:설탕의 비율이 거의 동률이다다.
밀가루는 상대적으로 아주 적게 들어가고, 어떤 화학 팽창제도 들어가지 않으니, 머랭으로 단단하게 쌓아올려야 하는 케이크라는 뜻~!



① 재료 준비: 박력분은 미리 채를 쳐 놓고, 설탕은 45g씩 두 개로 나눈다.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로 나눠 따로 담는다.
                   케이크 틀에 기름을 바르거나 유산지를 오려 두른다.

② 버터와 초콜릿을 믹싱볼에 넣고 중탕(이라고 쓰고 전자렌지에 살짝살짝 돌려가며) 완전히 녹여 섞는다.

    (초콜릿 녹이는 작업을 아이들에게 시켰더니 찍어 먹기 바쁘다...;)


③ 달걀 흰자에 설탕 45g을 두 세번에 나눠 넣으며 거품기로 빠르게 섞으며 단단하게 머랭을 올린다. (옆으로 기울여 흐르지 않을 정도)

④ 노른자에 설탕 45을 나눠 넣으며 거품기로 섞는다.
⑤ 노른자 볼에 초콜릿 버터 녹인것을 천천히 넣으며 잘 섞고, 생크림을 넣어 다시 섞는다.

⑤에 머랭 반을 넣어 거품기로 조심스럽게 섞은 후, 나머지 반을 넣고 고무주걱으로 반을 가르며 머랭이 죽지 않도록 섞는다. 



⑦ ⑥에 박력분과 코코아 파우더를 넣고 다시 반을 가르듯 고무주걱으로 섞어 마무리하고 케이크 틀에 붓는다.



⑧ 윗면을 고르게 정리한 후 17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35~40분간 굽는다. (젓가락으로 찔러 묻어나오지 않을 정도)



스티브가 케이크를 오븐에 넣는 것을 본 나는, 간단한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얼마전 딸아이가 '구름'을 닮았다며 사달라고 한 콘킬리에 파스타를 끓이고, 

냉동실 구석에서 찾아낸 햄 몇 조각과 마늘, 양파, 버섯 등을 달달 볶은 후

 케이크 재료로 쓰고 남은 생크림을 부어 크림소스 콘킬리에 파스타를 만들었다. 


느끼한 것을 잘 못 먹는 아이를 위해 반은 시판 아라비아따 소스를 섞어 로제소스로도 버무려 봤다.

내가 파스타를 만드는 동안 남편은 양상추와 토마토를 다듬고, 발사믹 드레싱을 얹어 샐러드를 만들었다. 

이렇게 손발이 척척 맞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 :)




그런데...Oh My God ~!!!


맛나게 저녁을 먹고, 야심차게 오븐을 열었는데... 이게 무슨 대지진인가... ㅠㅠ

도도하게 쌓아 올린 머랭은 다 어디로 꺼진 것인지. --;



케이크 틀에서 꺼내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초코파이도 아니고... 왜 두겹, 세겹이 되었냐며.


그래도 수습을 해보겠다며, 준비한 슈거 파우더를 뿌리기 시작했다. 



익었나 체크하기 위해 젓가락을 찔러보았던 흔적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살포시 꽂아보았다.

엇?! 그랬더니 못생긴 초코파이가 갑자기 본격'갸토 오 쇼콜라'로 재탄생~!



조금 주저앉긴 했지만, 머랭으로 단단하게 쌓아올린 케이크의 부드러운 식감은 기대하던 것 이상이었다.

완전히 식기 전이라, 따뜻하고 촉촉한 초콜릿의 느낌도 좋았다.

서로 더 먹겠다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흐뭇하게 나머지 조각들을 포장해 놓았다.


오늘은 종일 달달한 향을 맡고 있지만
올해는, 특히 올 연말은 내게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아직도 선택에 확신이 서지 않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건 언제나 나를 존중하고 주고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기에, 

나를, 우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


나의, 남편의 선택이 우리와 아이들의 가슴 속에 한 줌 뜨거운 추억으로 남아,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메리 크리스마스~! 

행복한 시간 보내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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