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카페] 아지트 같은 반지하 카페, '안녕, 낯선 사람'

지난 한달은 내게 정말 잔인했다. 계속되는 한파에 겨울의 끝은 보이지 않았고, 봄방학을 맞은 첫째와 혈기왕성한 둘째녀석을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다. 게다가 집안에 경조사까지. 주말도 없이 매일 자정이 넘어 퇴근하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가 집을 비운 사이, 퇴근도 없이 일해야 하는 나는 무척 힘이 들었다.


그리고 3월. 새 학기가 시작되고, 15개월 둘째도 기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어려 고작 1~2시간 머물다 오는 것이 전부이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내 시간을 쓸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이니 그래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요즘 나는 둘째가 원에 가 있는 동안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쓰곤 한다. 몽환적인 음악이 흐르는 반지하 카페에 앉아 카페라떼를 홀짝이며 타탁타탁 자판을 두드리는 맛이 아주 좋다.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카페, '안녕, 낯선사람'



길 가다 이 카페를 처음 보았을 땐 그저 작은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 같았다.

다음날 보니 하얀 간판에 큼지막한 명조체로 쓰인 '안녕, 낯선사람'이란 간판이 보였다. 얼핏 안을 들여다 보니 생각보다 꽤 넓다.


며칠 후엔 간판 위로 삐죽이 솟은 나뭇가지와 빨간 벽돌이 눈에 들어왔다.

봄이 오면 싹이 돋겠네, 꽃도 피려나?

반지하지만 접이식 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바람도 살랑 불 것 같았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카페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습관처럼 문 여는 시각을 확인하니... 어랏? 오전 8시 30분 부터다. 



나는 일찍 문 여는 부지런한 카페에 대한 어떤 믿음이 있다. 가만이 문을 열고 들어서본다.


 


내부는 생각보다 꽤 넓다. 계단 하나를 내려서야 만날 수 있는 아늑한 반지하 카페는 숨은 아지트같은 느낌.



한쪽 벽에는 원순씨와 KBS로 부터 받은 '아름다운 간판상'장이 진열되어 있고, 



맞은편 새하얀 벽에는 채플린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카페 속 카페, 숨은 공간


카운터 옆에는 원래 방이었음직한 곳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 이곳은 'Stanger's Store'로 문구류 등이 진열되어 있다.

좁은 통로를 지나면 다시 아늑한 숨은 공간이 나오는데 '안녕, 낯선사람'의 진짜 매력은 여기에 있다.



'종종 길고양이가 창문 밖에 나타나 밥을 먹고 갑니다. 고양이 보고 놀라지 마세요 :)'
라는 안내문과 함께 친절하게 고양이 사진을 전시해 놓은 주인의 배려. 

진짜 어디선가 고양이가 나타날 것만 같다.



나를 위한 테이블이 있는 곳




내가 이 카페의 단골이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한 방향을 보고 있는 테이블 때문이다. 커피보다는 만남을 위해 존재하는 타 카페들과는 달리 이곳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카페다. 한 방향을 보고 나란히 놓인 의자, 책을 놓기에 알맞아 보이는 높이의 테이블, 그리고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스탠드와 콘센트는 낯선 사람과 함께 있어도 마치 나의 아지트인냥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지트로 초대한 오랜 인연


내가 이곳을 아지트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후, 하루는 오랜 인연을 초대하기도 했다. 

(사실, 당시엔 아이를 맡기고 낼 수 있는 시간이 고작 1시간 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지만,
기꺼이 골목까지 찾아와 준 이들에게 감사를...)



'안녕, 낯선사람(Hello, stranger)'. 영화 클로저(Closer)의 대사에서 따온 이름.

그러고보니 내 블로그를 종종 찾아주시는 Stranger님의 닉네임도 그런 의미인가?


공간과 어울리는 손때 묻은 메뉴판이 정감있다.



브런치로 적당해 보이는 바나나 팬케익.



든든해 보였던 바나나 미숫가루.



나는 언제나 뜨거운 카페라떼.



글이 많지는 않지만 카페의 주변 이야기들이 올라오는 카페 블로그도 있다.

* '안녕, 낯선사람' 블로그: http://blog.naver.com/cafestranger


가끔 게릴라 콘서트나 소규모 공연, 볕좋은 날엔 벼룩시장도 열리는 것 같다.

한동안 자주 찾게 될 것 같은 아지트 카페,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시면 한번 들러 보시길~

어쩌면 노트북을 펼치고 편한 자세로 카페라떼를 홀짝이고 있는 저를 만나실 수도...


[Tip] 안녕, 낯선 사람(Hello, Stranger)

영업시간: 평일 8:30 - 23:00 / 주말 12:00 - 23:00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98-9번지

전화: 02)333-5610

블로그: http://blog.naver.com/cafestr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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