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구름 위를 걷다. 마우이



마우이(Maui), 계곡의 섬


럭셔리 리조트와 환상적인 해변, 옛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로맨틱한 섬. 

아래로는 1월부터 4월까지 짝짓기를 하러 내려온 고래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위로는 3,000미터급 휴화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할레아칼라가 있다.



마우이의 지도를 보면 언뜻 여인의 모습 같다.

호놀룰루에서 하와이 주내선을 타고 30분 정도 날아 도착한 곳은 뒷목 즈음인 마우이 카훌루이(Kahului) 공항,

아름다운 계곡과 공원으로 유명한 이아오 밸리는 광대뼈 즈음에 있다.

환상적인 해변이 있는 카아나팔리 해변이마부터 코까지,

하와이 왕국의 옛 수도였던 라하이나입,

마우이 여행의 꽃이라 불리는 할라에칼라 분화구가슴 부분이다.


설명한 장소는 모두 내가 오늘 하루에 둘러볼 마우이의 주요 포인트이기도 하다.

박력 넘치는 빅아일랜드와 원시 자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카우아이에 이어 오늘은 '태양의 전설이 있는 마우이'로 떠나볼까?




태양의 전설이 있는 섬, 마우이로~! 오늘의 일정 @마우이






한국의 얼이 숨 쉬는 곳? 이아오 밸리 주립공원 



제주도보다 조금 큰 마우이는 공항에서부터 여느 하와이 이웃섬과는 다름이 느껴졌다. 
일단 규모부터가 남달랐고, 다수의 국제선 카운터, 다양한 면세품들, 스낵코너, 공항도 더 북적이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하와이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아는 하와이 섬도 마우이 하나였던 듯.
그만큼 하와이를 대표하는 이웃 섬이자 많은 사람이 찾는 휴양지라는 뜻이 아닐까?

기대감에 부풀어 처음 향한 곳은 봉긋 솟아오른 산으로 둘러싸인 '이아오 밸리 주립공원(Iao Valley State Park)'이었다.  

이아오 밸리는 연강수량이 우리나라의 무려 10배 수준(12,000ml)으로 매일 한 번씩 비가 오는 곳이다. 

따뜻한 기온, 풍부한 강수량, 열대우림이 우거진 이곳을 두고 물이 부족한 하와이언은 '신의 축복'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름다운 풍경도 멋지지만, 이아오 밸리는 세계 이민자들의 공원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포르투갈, 중국을 비롯해 잘 꾸며진 한국 공원이 있다. 
한국공원에는 이민정(移民亭)이라 불리는 한국식 정자와 해태, 잘 꾸며진 앞뜰이 있는데, 

미국에 거주하는 교포들이 10억 정도의 성금을 모아 2003년에 꾸민 것이라고 한다.



사실 마우이는 한국인의 하와이 이민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 

100여 년 전인 
1902년 12월, 계속되는 전쟁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100여 명의 한국인이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바다를 건넜다.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태평양을 횡단한 한국인들이 도착한 하와이는 바로 마우이 섬. 

그들은 한 달에 15불이라는 당시로도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을 받으며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사철 여름인 하와이의 농장일은 한국보다 훨씬 고됐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미국 본토로 넘어가거나 한국으로 되돌아간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타고난 억척으로 하와이에서의 생활을 버텨낸 초기 이민자들은 사탕수수밭을 일구며 자식 교육에 투자했고, 

그들의 2세, 3세들은 요즘 정치, 경제 다방면에서 대단한 성공을 이룬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국공원을 둘러본 후 차를 타고 이동하는 길, 창 밖으로는 슈거 트레인이 지나간다.

요즘은 관광상품으로 이용된다고 하지만 오래지 않은 옛날, 농한기가 없는 이 곳에서 고립된 채로 사탕수수 농사를 지으며 저 기차를 바라봤을 이민자들의 심정을 상상해본다.    



마우이 최고의 해변, 카아나팔리 비치



마우이에서 가장 멋진 전망을 자랑한다는 카아나팔리 비치(Kaanapali Beach)는 5km에 이르는 백사장 위에 럭셔리 리조트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쉐라톤 마우이는 카아나 팔리 비치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있다.


채도 높은 코발트색 잔잔한 바다 앞에는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이 오간다.

여유로운 일정으로 마우이를 찾는다면 꼭 묵어보고 싶은 곳, 가족 여행에도 좋을 것 같다.



비치는 즐기는 사람의 것~?!

굳이 리조트 앞 프라이빗 비치가 아니더라도 해변 어디든 차를 세우면 그곳이 바로 나만의 피크닉 장소~



올드타운, 라하이나 거리


▲ 2011년, 'Great Places in America, Great Streets'로 선정된 라하이나 프런트 스트릿


라하이나는 옛 하와이왕국의 초기 수도가 있던 곳이다.
특히 라하이나 프런트 스트릿(Lahaina Front Street)은 마우이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들이 있어 볼거리가 많다.
이곳은 2011년, 'Great Places in America, Great Streets'로 선정되어 (아마도 '한국의 아름다운 길' 같은 컨셉인 듯) 
마우이 섬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나무로 된 간판, 진열대 등 뭐하나 빈티지하지 않은 게 없다. 알록달록 바랜 듯 칠한 색도 어쩌면 이렇게 조화로운지.
거리의 건물들은 모두 오래되었지만, 하와이의 '히스토릭 타운'으로 지정되어 있어 부수거나 새로 짓는 것이 법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색을 다시 칠하거나 보수를 하는 것만이 허용된다.



라하이나(Lahaina)라는 이름은 '덥다'는 하와이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은 마우이에서 가장 더운 곳이라고. 
요즘처럼 추운 때, 더위를 논하는 것 자체가 호사스럽게 느껴지지만, 거리를 걷다가 땀이 송글 맺힐 때면 하와이식 팥빙수인 '쉐이브 아이스'를 먹으며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라하이나 거리를 즐기는 방법은 그저 그들처럼 거리를 걷는 것.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상점이 나오면 기웃거려 보는 것~!

관광지인 만큼 가격이 아주 착하지는 않지만, 기념으로 하나쯤 사볼 법한 질 좋은 기념품들이 꽤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이 마우이 스페셜 에디션으로 나온 것도 있으니 잘 살펴보면 보물을 건질 수 있다.



▲ 마음에 들었던 빈티지 포스터 가게. 부피가 큰 것은 해외 배송을 해주기도 한다.



▲ 거리 한편에서는 하와이 꽃목걸이인 '레이(Lei)' 만들기 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 열리는 하루 코스였는데, 시간이 있다면 한번 참여해보고 싶었다. 


거리 끝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햇살이 부서지는 투명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돌아가기가 싫다. 

라하이나 거리는 하루쯤 시간을 투자해 쇼핑도 하고, 맛집 & 카페 탐방, 산책도 하며 보내면 좋을 것 같다.



구름 속의 산책, 할레아칼라 국립공원 



이제 마우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할레아칼라 국립공원(Haleakala National Park)로 향한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질수록 산에 걸린 구름도 조금씩 가까워 진다. 


1시간 반쯤 올랐을까?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달리다 보니 어느새 창밖의 구름이 손에 잡힐 듯하다.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같달까?

그도 그럴 것이 비행기가 나는 높이가 3천미터 정도 되는데, 할레아칼라 정상이 3천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높이 올라왔는데, 숨쉬기가 불편하지 않다. 산소가 풍부해 고산병이 없는 산이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의 높이가 1950미터이니 그보다도 1천미터쯤은 더 올라가야 하는 높이인데, 여기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는 것도 놀랍기만 하다. 




할레아칼라 국립공원(Haleakala National Park)은 해발 3,055미터의 화산에 있는 거대한 분화구이다. 
90만 년 전에 폭발을 시작해 250년 전에 멈춘 휴화산으로 세계 최대규모다. 



워낙 고도가 높아 분화구 안에 종종 구름이 찬다. 특히 요즘같은 겨울은 우기라 비구름이 낮게 깔릴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오르는 내내 기도했건만, 내가 본 할레아칼라 분화구도 온통 구름뿐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쉬운 마음에 한참을 기다리니, 마치 내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는 듯 센 바람이 구름을 불어내기 시작했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초콜릿 색 할레아칼라의 모습~! 
맑은 날 구름 없는 할레아칼라는 분화구 안이 총천연색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살짝 모습을 드러낸 풍경도 충분히 멋졌다. 


할레아칼라에 가면 분화구 외에 봐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높은 고도, 화산지형, 건조한 특이 조건을 가진 할라아칼라 분화구 근처에만 산다는 희귀 식물, Ahinahina, 우리 말로는 '은검초'다. 
은으로 된 검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햇빛을 받으면 끝 부분이 은색으로 반짝이는 것이 정말 칼날의 끝 같이 오묘하다.


은검초는 사람의 손이 닿으면 죽기에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다. 
만약 건드릴 경우에는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린다는 경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으므로 혹시나 호기심에 건드릴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은검초는 20여 년 만에 한번 꽃을 피워서 매일 이곳에 오르는 사람들도 꽃 보기가 쉽지 않다는데, 내가 산에 오른 바로 그 날! 꽃이 피었다. 

꽃 자체는 그닥 화려하다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20년 만에 한번 피는 꽃을 봤다니, 길운으로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하와이에서 가장 높은 곳, 할레아칼라에는 천문대도 있다.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내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존재 자체로 우주적인 풍경이었다.

스탠리 큐브릭이 '201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촬영한 곳, 저 뒤편으로 가면 사뿐사뿐 구름을 밟고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해가 뉘엿뉘엿 진다. 구름 아래로 해 지는 모습을 구경하러 사람들이 모여든다.

할레아칼라는 하와이에서 가장 멋진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구름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누구나 그 장관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내가 이곳에서 점프 샷을 찍으니, '완전 쿨하다'며 따라하는 커플.



조금 다른 방향에서 찍으니 태양과 구름, 역광이 만들어 내는 실루엣이 이렇게 멋질 수 없다! (하지만 이 사진은 나만 간직할 뿐이고..;)


그야말로 붉게 타는 할레아칼라의 백만불짜리 일몰을 보며 공항으로 향한다. 

전설에 따르면 할레아칼라는 미스터 마우이(불의 신, 반신반인)의 집이다.
오랜 옛날에는 해가 오후에 떠서 저녁에 졌는데, 낮이 너무 짧은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마우이의 엄마가 잔소리를 했다고 한다
견디다 못한 마우이는 하늘로 점프해 밧줄로 태양을 묶어뒀다. 사정 끝에 풀려난 태양은 아침에 일찍 떠서 저녁에 늦게 질 것을 약속했는데,
태양이 스러져가며 생기는 기다란 노을은 그 약속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실제로 할레아칼라는 일출 시각이 빠르고 일몰 시각이 늦어 (여름 5:30-7:30/ 겨울 6:30-6:30) 세계에서 가장 일조량이 많은 곳이다. 


해가 진 후, 내려가는 산길은 가로등 하나 없어 무척 위험했다. 
하지만 매일 이곳을 오르내린다는 노련한 가이드 덕에 무사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몰을 보다가 비행기 출발 시각이 촉박해졌다. 가이드님은 저녁 식사를 책임지지 못한 것을 못내 미안해 하셨다. 
나는 당연히 식사보다 일몰이 중요했지만, 인솔자 입장에서는 또 그렇지 않은듯 했다. 
마우이 공항 풍경을 감상하며 먹는 햄버거도 나름 운치있었다. 그날의 감자칩은 어찌나 바삭하고 고소하던지...

내일은 이웃섬 투어의 마지막 일정인 오아후 섬을 돌아보는 날.
오아후 섬은 하와이의 메인이자, 내가 묵고 있는 숙소가 있는 곳으로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된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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